#1. 대전의 모 초등학교, 이 학교는 음악시간만 되면 어수선해진다.
음악전담 A 교사는 휴대용 키보드를 힘겹게 옮겨오고 학생들도 음악교구를 가져오느라 바쁘다. 일반교실을 '음악실'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A 교사는 "가뜩이나 수업시수도 적은데 정상적인 수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2. 또 다른 모 초등학교 음악전담 B 교사는 음악이 아닌 때 아닌 영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새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방침은 최근 일선 학교에 '영어전용교실 마련'이란 최대 숙제를 떠넘겼다.
학교 내 유휴학급을 손꼽아봤지만 더 이상 빼낼 공간이 없다.
결국 기존 음악실을 영어전용교실로 전환할 것이란 걱정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대전지역 일선 학교의 음악수업이 겉돌고 있다.
상당수 학교가 음악실, 교구등 인프라 부재, 학교장의 관심부족 등으로 인해 수업방식이 '8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지역 초·중·고 281곳(지난해 3월 기준) 가운데 전체의 25.6%인 72개 학교가 음악실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사됐다.
초등학교는 동부지역 27개교, 서부지역 31개교 등 58개교가 음악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학교는 서부 5곳이 음악실이 없었다. 또 대전지역 고교 9곳도 음악실이 없이 음악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교육당국은 파악했다.
학교 내 음악실 부재는 곧바로 부실한 수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 초등학교 교사는 "합창시간도 옆반 눈치 보느라 목청 한번 제대로 못낸다"며 "구조적으로 실기수업보다 이론수업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악실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대전 서구 둔산의 모 중학교는 외관상 음악실을 갖고 있으나 학생 10여 명만 들어서도 발디딜틈이 없을만큼 비좁다.
무늬만 음악실인 셈이다.
이 학교 음악전담교사 C 씨는 "음악실이라고 하나 의자나 책상을 들여놓을 공간도 없다"며 "이곳에서 수업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새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으로 인해 과목별 투자 편차가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D 교사는 "교육당국은 영어전용교실 구축을 위해 학교당 수천만 원씩을 지원한다는 등 떠들썩하지만 한켠에선 기본적인 음악교구조차 없어 임기응변식으로 수업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교육당국부터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대전지역 일선 학교 음악실 설치 현황
구 분 |
전체학교수 |
음악실 미설치 |
백분율 |
동부 |
초등학교 |
70개교 |
27개교 |
38.6% |
중학교 |
39개교 |
- |
0% |
서부 |
초등학교 |
66개교 |
31개교 |
47% |
중학교 |
46개교 |
5개교 |
10.9% |
시교육청 |
고등학교 |
60개교 |
9개교 |
15% |
전체(특수학급 4곳 제외) |
281개교 |
72개교 |
25.6% |
자료: 대전시교육청(2007년 3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