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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병천6리의 주택가에 세원진 차량들이 집중호우로 아스팔트와 함께 떠내려와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안=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15년 전에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피해가 더 심하네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인근 하천 범람으로 침수된 천안 원성동 고추시장.
충남 최대규모를 자랑하던 이곳은 범람한 하천수가 성인 허리춤까지 차오르면서 상가와 창고에 쌓아놨던 고추까지 모두 젖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17일 오전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일부 상인들은 물에 젖지 않은 고추를 골라내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상인은 “저렇게 해봐야 소용 없다. 고추는 물에 조금만 젖어도 금방 상하고 썩는다.
다 버려야 한다”고 했다. 상인들은 고추를 폐기해야 하는 것보다 기계가 손상된 피해가 더 크다고 전했다. 고추를 빻는 제분기계의 핵심부품인 모터가 아랫쪽에 있는데 침수로 물에 젖었기 때문이다. 상가마다 제분기계를 설치하는데 7000만~8000만원 가량을 들였다고 한다. 상인회 관계자는 “이제 햇고추가 나올 시기가 됐는데 모든 것이 올스톱됐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추시장 인근의 원성2동 상가와 주택 피해도 컸다. 주변 골목길 주택가까지 물이 유입되면서 침수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전까지 관할 주민센터에 파악된 곳만 40여가구에 달했다. 시청 공무원과 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 등 100여명이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전등과 선풍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22세대를 점검해야 한다고 보고 받았는데 현장에 와보니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하 다방에서 핸드폰만 들고 뛰쳐나왔다는 오모(71·여) 씨는 “옷과 가재도구가 다 물에 잠겼다. 오갈곳도 없고 한순간에 거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한 인쇄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고가의 인쇄기계가 침수된 데다 기업체에 납품할 물량마저 제때 공급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인쇄업체 김모(37) 대표는 “거래처와 관계가 틀어지면 밥줄이 끊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2002년에도 물난리가 났었다. 똑같은 원인으로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은행과 카드회사, 캐피탈 등 정상적인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대부업체에서 높은 수수료와 선이자를 떼고 남은 원금을 받아 황급하게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대부업체를 찾은 A(38) 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기다린지 30분만에 1000만 원의 현금을 받았다. 기자의 인터뷰를 거부하던 A 씨를 설득한 끝에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A 씨는 지난해 7월까지 직장생활을 하다 개인사정으로 이직한 뒤 급하게 돈이 필요해 대부업체를 찾게 됐다. A 씨는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인 캐피탈과 새마을금고 등에 절박한 심정으로 대출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몇 번 망설임 끝에 고리의 급전이라도 받기 위해 최후 수단으로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A 씨가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A 씨는 22개월 만기로 1000만 원을 빌렸지만, 브로커에게 100만 수수료를 떼주고 매월 이자만 30만 원(3%)을 지급해야 하고 여기에 원금까지 분할 상환해야 한다. A 씨가 당초 대출상담을 했던 곳은 돈을 직접 빌려주는 대부업체가 아니고 대출을 소개해주는 업체(일명 브로커)였던 것이다. 소개업체는 전화로 대출상담을 해주고 서류를 받아 대부업체에 대출신청을 해주고 10% 이상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다. 이들 업체는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약점을 노리고 높은 수수료와 이자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목돈이 필요한 20·30대의 젊은 층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또는 자동차 할부금을 감당치 못해 소액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찾아온 경우이다.
대전에서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추석연휴기간 친구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B(25) 씨는 "은행에 예금이 있지만 부모님이 관리하고 있어 100만 원만 대출받기 위해 찾았다"며 "나이가 어리고 조건이 맞지 않아 승인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일단 신청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곳에서조차 외면받은 서민들은 법정금리인 연 49%대를 넘는 고리를 받고 있는 불법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뻗쳐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3월 7일 아파트 등을 담보로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빌려 주고 연 138%의 고리를 받아 챙긴 무등록대부업자 이 모(68) 씨 등 6명을 대부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피해자 A 씨에게 아파트를 담보로 6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3%(180만 원), 수수료 10%(600만 원)을 제외한 5220만 원만 주고 매달 600만 원의 이자를 받은 혐의다.
충남 아산경찰서도 지난 9일 돈을 빌려주며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고 연 893.6% 이자율로 돈을 받아 챙긴 임 모(55) 씨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는 단편적이지만 벼랑 끝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 대한 금융 안전장치가 없이는 돈으로 인한 자살과 범죄는 수레바퀴처럼 계속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