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정국에 마비된 정치권 '헛심 공방전'
사진/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도 덩달아 꽉 막힌 채 헛심만 쓰는 분위기다.
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해묵은 계파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추진 동력을 잃고 마비된 상태이며, 야권 역시 공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대통령이 이렇다 할 태도 변화를 주지 않는 탓에 그저 퇴진 요구만 지속하고 있다. 그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정의당 등과의 조율 없이 독단적인 영수회담을 추진하다가 철회하는 등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마비된 여당… 집안싸움에 골몰=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식물 정당’으로 전락했다.
최순실 사태 해결은 고사하고 내홍에 휘청이고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는 연일 별도의 회의를 거듭하며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넘어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비박계는 국회의원은 물론 광역단체장과 원외위원장까지 외연을 확장한 비상시국위원회를 결성하고 연일 지도부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비주류 측은 이 대표가 다음 달 중순 사퇴와 함께 1·21 조기 전당대회 개최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과 당내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맞서 친박계 역시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이정현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정에 매달려도 부족할 분들이 이정현 사퇴하라고 날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다”며 “여권의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 지지율이 다 합쳐서 9%도 안되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야권공조 일단 유지… 이견 차 여전=전날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추진은 약 12시간만에 없던 일이 되면서 일단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추 대표의 전날 영수회담 취소 결정을 환영하며 야권공조 의지를 다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취소한 것도 용기이고, 특히 민주당이 당론을 결정 못 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박 대통령 퇴진으로 당론을 정한 것은 전화위복으로 잘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비상대책회의에서 “이제 야3당은 단일한 정국수습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도 이번 영수회담 추진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야3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비상시국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정쟁이 계속되자 국민들은 극심한 피로도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