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예년보다 짧은 연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으로 향하는 민족 대이동이 예상된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환율과 폭락하는 주가, 그리고 경기침체와 어수선한 정치상황 속에서도 고향은 늘 어머니의 따스한 품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어린 자녀들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족이 밝은 표정으로 고향집으로 향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 사이로 중년의 자식과 어린 손주들의 모습이 언제쯤 보일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도 마음과 달리 자녀를 배려하는 우리네 부모들의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
힘든 귀성길이지만 이를 마다않고 고향을 찾게 되는 자녀들의 마음 또한 따뜻하고 한 없는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닐까? 고향집 문 앞에서 종종 걸음으로 달려오는 어린 손주를 보고 두 손을 벌린 채 마중나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에서 명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9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유난히도 어려운 경기침체 여파와 예년에 비해 짧은 연휴로 인해 명절 분위기는 크게 나지 않고 있다. 한층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으로 일반 서민들은 명절이 주는 풍성함보다는 가족과 친지,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야 할 선물에 걱정이 앞선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가계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은혜를 입은 고마운 분들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전하는 것이 추석 명절의 오랜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짧은 연휴기간으로 일일이 인사드리기 어려운 올 추석엔 저렴하면서도 정(情)을 담은 선물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경기침체 여파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농어민을 비롯해 시장 상인, 회사원 등 우리네 이웃들의 찌푸린 얼굴을 활짝 미소로 펴지게 하고 국내 경기 활성화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경제가 어렵다고 너도나도 안 사고 안 쓰고 아끼기만 하면 결국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를 더욱 꽁꽁 얼릴 수 있다.
대전 오정동농수산물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상인 이찬수(40) 씨는 "명절을 앞두고 과일 값이 비싸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일부 고가품을 제외하고는 예년에 비해 오히려 싼 편"이라며 "비싸다고 하니 과일을 사는 사람이 줄고 이로 인해 과일 값은 더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영업자나 월급쟁이, 농어민이나 도시민 모두 할 것 없이 힘든 경제상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음력 8월 대보름 추석 명절의 참 의미는 조상의 덕을 기리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족 및 친척들과는 끈끈한 혈육의 정을, 소외된 이웃들에겐 따뜻한 사랑을 서로 나누는 시기다.
추석 명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면서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겠지만 대목을 맞고서도 대형 마트에 밀려 썰렁한 가게를 지키고 있는 영세 소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재래시장에서 제수용품과 함께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저렴한 명절 선물을 구매한다면 이웃사랑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높은 품질과 잘 포장돼 보기 좋고 고가의 선물을 구매할 때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를 찾아야겠지만 질이 좋으면서도 값싼 선물을 넉넉한 인심을 느끼면서 구매하려면 고향 사투리를 구성지게 쏟아내는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 생활의 지혜이자 더불어 사는 삶의 실천이다.
"아줌마, 아줌마 이리 와 보소. 오늘 새벽에 산에서 막 채취한 산나물을 한 번 둘러보고 사 가소."
"제사상을 올릴 명태포나 생선 사세요.", "말만 잘하면 더 줘요 더,"
시골장터의 인심이 아직도 살아 숨쉬는 재래시장 상인 틈새에서 시장을 봐보면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느껴보는 기회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기왕에 발품을 팔아 인심 좋은 시장 상인들과 흥정을 통해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구입했다면 덤으로 한 개 더 얻어보는 남다른(?) 생활력도 발휘해보자. 경제가 어려울수록 노인 및 아동복지시설을 비롯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우리 사회가 돌보아야 할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줄어드는데 이들을 위해 비싸고 좋은 선물은 아니지만 정이 담긴 이 같은 선물 하나를 챙겨 전달한다면 올 추석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나눔의 미덕은 어려울 때 일수록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더 큰 빛을 발한다. 정이 담긴 작은 추석 선물 주고받기를 통해 우리 이웃들의 살림에 작은 보탬이 되고 보름달처럼 밝고 풍성한 인정과 감사하는 마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충만하길 바란다.
김경환 기자 kmusic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