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지난6일 안 지사가 출근하지 않은 탓에 도지사실이 있는 5층 복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은 연이은 추가 폭로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덩치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안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나흘째(8일 현재)로 접어들었다. 지난 7일 저녁 안 전 지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추가 폭로가 나오고, 검찰이 관련 사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사건은 점차 몸집이 커지고 있지만, 안 전 지사는 김 씨의 폭로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등 사건의 내막은 오히려 미궁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처음 터진 것은 지난 5일 저녁 8시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JTBC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지난 8개월 동안 4차례의 성폭행과 수차례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부터 안 전 지사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대신 안 전 지사 비서실은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로 수시로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측근들 역시 곧바로 연락이 두절됐다.
그리고 4시간여가 흐른 지난 6일 새벽. 안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고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내놨다. 그는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라며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종적은 여전히 묘연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고 하지만, 일방적이었다. 이날 아침. 안 전 지사는 도 비서실을 통해 사임서를 충남도의회에 전달했고, 도의회 신속하게 처리했다.
김지은 씨는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잠적을 이어가던 안 전 지사 측과 간헐적이지만 기자들과 연락이 닿기 시작한 것은 7일 오후부터였다. 김 씨가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최초 폭로한 후 사흘째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신형철 안 전 지사 비서실장은 이날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어제(6일) 안 전 지사와 변호사 선임 문제를 논의했다”라고 "재판까지 염두에 둬 당연히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5시경. 신 전 실장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예상 밖이었다. 그는 “8일 오후 3시 안 전 지사가 충남도청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전달해 온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안 전 지사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날 저녁 서울서부지검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고 CCTV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갔다.
더욱이 이날 오후 8시 JTBC에선 안 전 지사가 만든 정책연구소 여직원이 안 전 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또 터졌다.
8일 오전부터 충남도청 1층 로비는 전국에서 몰려든 취재진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리고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을 2시간여 앞둔 오후 1시. 기자들에게 신 전 실장으로 문자메시지 한 통이 왔다. 기자회견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안 전 지사는 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여러분,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서 머리숙여 사죄드리고자 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고 ‘셀프소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의 위치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변호인단을 꾸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수도권에 머무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가 스스로 ‘검찰에서 빨리 소환해 달라’고 말한 점으로 볼 때, 검찰 출석 이전까지는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 전 지사의 모습은 서울서부지검의 포토라인에서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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